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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술이란 것을 배워서 마시지는 않는다. 사춘기이든 성인이 되든 흥겨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을 시작으로 술을 배우게 된다. 이것이 술을 접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경험일 것이다. 그 점에서 정현배 교수의 <술나라 이야기>는 술에 대한 정규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채 술 문화를 대하는 현 세태에 대해 약간의 조소와 우려를 더불어 이야기 하고 있다.
즐거운 자리, 슬픈 자리 어디서건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술. 이것은 누가 가장 먼저 마셨을까? 그건 바로 동물들이다. 지금도 아프리카의 야생공원에서 방목된 동물들이 자연 발효된 과실주를 마시며 비틀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증명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은 술을 직접 만들어 마시게 되었고, 기분을 돋우어 준다는 이유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중국 청나라 시대의 <청패유초>에 보면 "광서 평라등부의 산속 원숭이들이 과실을 채취해 온갖 술을 담가 마시는데, 이것을 원숭이술이라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원숭이들이 어딘가에다 과실을 숨겨놓고 그것이 삭았을 때 손으로 한 줌씩 떠 마시는 것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는 구절이 아닐 수 없다. 과실을 삭혀 마신 즙이 맛있다는 것을 동물들도 알 정도이니, 인간에게 있어 술이란 일상에서 빼놓으면 도저히 안 되는 음료라는 것을 말해 무엇하리.
술은 말 그대로 불의 성격을 가진 물이기에 마신 후에는 전신을 불태운다고 말할 수 있다. 위장, 신경계 등이 술을 마심으로 인해서 열을 발산하는 것이 그 같은 증거이다. 그런 한편으로 술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음료라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나 오래된 술일수록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흔히 와인이 오래 묵을수록 가격이 비싸고 맛이 그윽해지는 것을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하지만 피노누아 같은 와인 종류는 그해의 햇포도주라는 점에서는 맥락이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술은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기에 지역 특산품을 알리기에도 더없이 좋다고 본다. 요즘 각 지방의 술인 머루주, 감와인, 복분자주 같은 것들은 그 지역의 특산품을 이용한 좋은 술들이다. 마트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이러한 술들은 고부가가치 상품이면서 시장개척이 용이하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기에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향토의 과실로 담근 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대다수가 비슷한 과실을 사용해서 비슷한 맛과 마케팅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술중에서 소주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몇 가지가 있다. 원래 소주는 아랍의 향수 제조법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옛날의 소주는 오늘날 보다 도수가 높아서 <경국대전>에서는 소주를 약용으로만 쓰도록 권했다 한다. 선조 때에 이르러서야 양주처럼 소주에 얼음을 타서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단종실록>에서는 단종이 몸이 허약해지자 소주로 기운을 차리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성종 때는 소주 마시는 것에 대해서 과소비 논쟁도 있었다 하니 우리가 흔히 싸게 마시는 지금의 소주의 이미지와는 매우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는 역사를 통틀어 세시에 맞춘 술 문화를 즐겨왔다. 설날의 세주, 정월대보름의 귀밝이술, 삼월삼짇날의 두견주, 청명일의 청명주, 새참으로 마시던 농주, 단옷날의 창포주, 6월보름의 유두주, 추석의 동동주 같은 것들이 있다. 그 가운데 지금 우리 사회에도 불고 있는 막걸리 열풍에도 눈을 돌려 볼 필요가 있다. 분명히 전통주로 출발한 이것은 일본열도에서부터 열풍이 불기 시작해서 이제는 막걸리의 본고장인 한반도로 건너와서 술문화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마디로 대학가를 중심으로 막걸리와 그에 어울리는 안주들이 인기를 얻고 있고, 막걸리 칵테일도 흔하게 가게에서 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는 전통주 산업의 르네상스라 할 만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 역시 등장하고 있다. 수입 원료에 화학첨가제 막걸리가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이에 저자는 앞으로 전통주를 빚는 업체에서는 우리 원료를 사용한 고급술을 만들 것을 목표로 해야 하며, 100년 뒤 후손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숙성술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강조한다.
오늘날 우리는 사카린이 주는 단맛과 후춧가루가 주는 탁 쏘는 맛이 가미된 희석식 소주에 일상의 애환을 달래곤 한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옳겠지만 그 여흥을 뿌리치지 못한다면 안주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타민 B와 C를 충분히 들어간 안주를 고르되 천연 안주여야 할 것. 자극적인 안주는 피할 것 등을 명심하면 좋을 듯 하다. 흔한 소주 한잔에 시름을 잊되 지나치게 과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명심하며 술 문화를 즐겨보자. 주선이라 불리는 이태백의 시 <대작>에 그 같은 마음이 담겨있다.
벗과 마주앉아 술잔 기울이니 산꽃이 절로 피고
한잔 또 한잔에 흥취는 무르익네
이제 나 취해서 쉬고 싶으니 그대 이만 돌아가게나
내일 아침에도 술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다시 오게나